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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혁독자 / 8월 3일
전독시

중혁독자 / 8월 3일

전지적 독자 시점 / 시나리오가 끝난 후 평화로운 일상

 

* 8월 3일 유중혁 생일 축하해! #8월의_기적_유중혁_생일축하해

♪ Roselia - Ringing Bloom & Fire Bird

 

 

중혁독자 / 8월 3일

 

비가 주륵주륵 내리던, 짧지 않던 장마가 끝나고 여름의 꽃이라면 꽃일, 폭염이 시작되었다. 열기에 끓어오를 듯한 도시의 아스팔트와 강렬한 햇빛,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들, 그리고 더위에 괴로워하는 김독자가 있었다. 답지 않게 은근히 더위를 타는 김독자 탓에 집에는 에어컨이 꺼지는 날이 없었다. 닫힌 창문 너머로 내리쬐는 뙤약볕과 자그맣게 들려오는 여름의 소음공해인 매미소리에 김독자는 에어컨 바람 아래 거실 바닥을 휩쓸었다.

"김독자."

익숙한 목소리에 김독자는 온몸으로 하고 있던 바닥청소를 멈추고 이내 고개만 돌려 방해꾼을 바라보았다. 시야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슬리퍼였다. 그 위로는 길게 뻗은 두 다리와 근육진 팔과 그리고.

"일어나라."

누구 애인인지, 존나 잘생긴 미남.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읽었던 소설이 현실이 되어, 시나리오를 깨고 원래 세상으로 돌아온 건, 1년 쯤 전이었다. 김독자는 아직도 그 날을 기억한다. 비가 내리던 그 날. 멸망한 세상에서 바랐던, 그저 꿈일 것만 같았던, 그 당시에는 사치스러울 그런 바람이 실현된 날에, 우리는 모두 울었다. 누군가에게는 허탈하고, 누군가에게는 기쁘고, 누군가에게는 슬프고, 누군가에게는 감흥 없는 그런 날.

차라리 날씨가 맑기라도 했으면.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김독자는 마음 속 깊이 동감했다. 분명 기쁜 날인데, 날씨 탓이겠지. 슬픈 건.

평화로운 세상에서는 김독자 컴퍼니도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코인으로 강화되었던 능력들은 원래대로 돌아오고, 성좌와 도깨비, 시나리오 세계를 뒤바꾼 모든 것이 사라졌다. 구원의 마왕, 빛과 어둠의 감시자, 김독자 컴퍼니의 대표이사였던 김독자도 돌아온 세상에서는 그저 평범한 사회 구성원이었다. 정말로 돌아온 것이었다.

세상의 시간은 다시 흘러갔다. 평화로운 세상으로 돌아왔지만,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은 순리에 따라, 다시 살아나는 일은 없었다. 부숴진 건물들, 폐허가 된 서울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어린 아이였던 신유승과 이길영이 어엿한 학생이 되어버린 것처럼.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지만, 흘러가는 시간은 모두에게 약이 되었다. 다시 한 번, 뒤바뀐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김독자 컴퍼니 또한 마찬가지였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그들은 바뀐 세상에 찬찬히 적응해 나갔다. 힘든 삶을 같이 해쳐나간 탓인지, 그들의 유대감은 단단했다. 그 단단한 유대감 덕분일까, 지금의 김독자 컴퍼니는 연립주택에서 아직까진 문제없이 평화롭게 다 같이 잘 지내고 있었다.

 

"일으켜줘."

김독자는 싱긋 웃으며 손을 뻗었다. 유중혁은 고운 아미를 와락 찌푸렸다.

"네놈은 내 손이 보이지 않는 건가?"

말과는 다르게 유중혁은 들고 있던 찻잔을 굴러다니는 김독자 옆의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탁, 찻잔 바닥과 탁자가 닿는 소리에 김독자는 들고 있던 팔을 공중에서 이리저리 흔들었다. 중혁아, 여기야.

찻잔을 내려놓느라 구부렸던 몸을 일으키며 유중혁은 흐느적흐느적 흔들리는 김독자의 팔을 보았다. 누가 보면 여기 갇힌 줄 알겠군. 허여멀건한 낯빛과 유중혁과는 달리, 창백해 보이는 피부에 나뭇가지 마냥 가는 팔이 허공을 붕붕 가르는 것을 보며 유중혁은 작게 혀를 찼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흡사 길거리의 바람인형 같은 팔을 붙잡은 유중혁은 힘을 주어 일으켰다. 유중혁 덕분에 바닥청소를 멈춘 김독자는 몸을 일으키곤 양 팔을 쭉 뻗어 스트레칭을 했다. 유중혁은 김독자 곁에 앉아, 올려두었던 잔을 넘겨주었다. 뜨거우니 조심해라. 김독자가 꼭 하루에 한 번은 마시는 블랙커피였다. 커피의 진한 맛을 질색하는 김독자의 입맛 탓에, 유중혁은 항상 커피만큼이나 많은 뜨거운 물을 넣어야만 했다. 유중혁의 요리철학에는 어긋나는 행위였지만, 그 유중혁도 애인에게만큼은 관대했다. 김독자는 호록호록 커피를 찬찬히 들이켰다. 유중혁은 사실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셰프 아니었을까..? 오늘도 김독자는 의식의 흐름에 사고를 맡겼다.

 

커피를 다 마시고 둘은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켰다. 김독자는 반쯤 누운 자세로 스마트폰을 켜 자는 사이에 업데이트 된 웹소설들을 하나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액정을 두드리는 불규칙적인 소리에 유중혁은 리모컨을 들고 소리를 줄였다. 김독자는 모르는 유중혁만의 작은 배려였다.

시간이 지나고, 옆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멎자, 티비를 보고 있던 유중혁의 시선이 옆을 향했다. 유중혁의 시야에는 스마트폰을 든 채, 기지개를 펴는 김독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우연히 시선이 맞닿자, 멋쩍은 듯 김독자는 괜히 헛기침을 두어번 하더니 스마트폰을 소파 어딘가에 뒤집어두고 유중혁의 허벅지 위로 드러 누웠다. 아구구.

"또 무슨 수작이지, 김독자?"

"수작이라니 중혁아.. 듣는 사람 섭섭하게.."

여태까지의 너를 돌아보라는 듯한 시선에도 김독자는 빙글빙글 웃었다. 흡사 자기 전에 배게를 두드리듯, 유중혁의 허벅지를 고개로 살짝 툭툭 치는 김독자의 행동에 유중혁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김독자는 내려다보는 유중혁과 시선을 맞췄다. 우리 중혁이 허벅지는 다 좋은데 너무 단단해서 베개로는 영 별로야.

"불만인가?"

"배게로는 영 꽝이지만, 이런 얼굴을 볼 수 있다면야 만점짜리지."

김독자는 손을 뻗어, 유중혁의 목을 감았다. 행복한 듯 웃는 김독자의 얼굴에 전염된 것처럼, 유중혁의 얼굴에도 미미하게 웃음이 떠올랐다. 유중혁은 한 손으로는 김독자의 얇은 허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에어컨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유중혁의 손길에 흰 이마가 드러났다.

김독자는 유중혁의 이런 손길을 좋아했다. 유중혁의 손은 흉터 투성이었다. 그 탓에 닿는 느낌은 절대 부드럽진 않았다. 하지만 손길만큼은 김독자라는 존재가 소중하다 못해 깨지기 쉬운 도자기 인형인 마냥 대했다. 흡사 봄날의 풀잎들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바람처럼.

"우리 중혁이, 오늘 생일인데.. 선물을 뭘 해줘야 하나."

"네놈이 내 생일 챙길 생각을 했다고?"

"중혁아 나를 뭘로 보고~"

이래뵈어도 애인인데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 빙글빙글 웃는 김독자의 낯짝에 유중혁은 못 믿겠다는 듯 한 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런 유중혁의 반응을 눈치챈 김독자는 유중혁의 허리에 양 팔을 감아 끌어안았다.

"선물은 중혁이의 20대 연하 남친!"

"하!"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차는 유중혁의 반응에 김독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훌쩍거렸다.

물론 눈물은 나지 않았다.

"너무하네."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만, 어이가 없군."

"왜? 엄청 좋은 선물 아니야? 중혁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줄게."

차이나드레스에 가터벨트 해줄까? 놀리는 게 분명한 김독자의 말에 유중혁은 쯧쯧 혀를 찼다. 그건 네놈 취향이지 않나. 이마를 쓸어넘기던 유중혁의 손길이 김독자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거의 산발처럼 되어버린 머리에 김독자는 울상을 지었다. 수작질 임을 뻔히 아는 유중혁이었지만, 매번 속아주었다. 유중혁은 다시 슥슥 머리카락을 만졌다.

"중혁아, 그럼 우리 키스할까?"

"설마 그걸 선물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20대 연하 남친을 선물로 받으면 키스도 할 수 있다, 어때?"

김독자의 말에 유중혁은 눈을 감고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동시에 이마를 쓸어넘기는 손길이 멈추었다. 암묵적인 허락이었다. 김독자는 허리를 감고 있던 팔을 풀고 다시 유중혁의 목을 감았다. 그리고 강하지 않은 힘으로 유중혁의 고개를 밑으로 밀었다. 당연하게도 유중혁의 반항은 없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기까지 약 1cm도 되지 않을 간격을 두고 김독자는 물었다.

"중혁아, 행복해?"

유중혁은 김독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이마를 쓸어넘기던 손을 옮겨 김독자의 뒷목을 단단히 부여잡고 끌어올렸을 뿐이었다. 당연한 수순처럼 서로의 입술이 맞닿고, 숨이 섞이고,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타액들이 섞이면서 왁자지껄한 티비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외설적인 소리가 소음처럼 섞여 들어갔다.

윙윙거리는 에어컨 소리, 바깥에서 끊임없이 울어대는 매미소리는 두 사람의 귓가에 닿지 않았다.

 

"네, 그럼 오늘의 생일파티 주인공인 사부를 모시겠습니다."

김독자 컴퍼니가 거주하는 연립주택의 옥상에 자그만한 파티가 열렸다. 작은 파티지만 사회자가 있는 본격적인 파티였다. 이번 파티의 사회자는 이지혜였다. 사부의 생일파티인데 자기가 뭔가를 해야한다나 뭐라나. 이지혜의 말과 동시에 옥상 문이 열리고 유중혁과 김독자가 함께 들어왔다. 유중혁이 나타나자마자 일행들은 폭죽을 터트렸다. 중혁 씨, 생일 축하해요!

"중혁 아저씨. 이거 저랑 언니들이랑 같이 만든 생일 케이크에요!"

"고생했다."

유중혁은 생일 케이크를 들고 온 신유승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머리카락이 엉망이 되었지만, 그게 유중혁 나름의 애정표현이라는 걸 아는 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신유승의 기쁨이 전염되어 모두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뒤따라 들어온 김독자도 신유승의 머리를 매만져주었다.

"야, 생일 축하한다."

"중혁 씨, 생일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고맙군."

단답이었지만, 이 나름대로 유중혁이 신경쓴 대답임을 아는 그들은 웃었다. 파티는 파티인지, 온갖 음식들로 가득했다. 유중혁이 좋아하는 만두와 닭국물은 파티에 좀 어울리지 않았지만.

생크림 케이크 위에는 서른 두 개의 초가 올라갔다. 5개의 초에 불을 붙이는 건, 이길영와 신유승이었다. 조심조심히 초에 불을 붙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다들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5개의 초에 불이 다 붙자, 이지혜가 크게 외쳤다. 하나, 둘, 셋.

생일 축하합니다!

 

파티가 끝나고, 남아서 뒷 정리를 같이 하려던 유중혁과 김독자는, 생일 당사자에게는 뒷 정리 맡기는거 아니라며 쫓겨난 탓에 다른 일행들보다 일찍 귀가했다. 집에 들어온 유중혁과 김독자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란히 화장실로 들어가 칫솔을 들고 양치질을 했다. 먼저 씻고 나온 유중혁은 더위를 타는 김독자 탓에 에어컨을 틀고, 안방의 선풍기도 시간과 풍량을 조절했다. 보송보송한 수건에 파묻혀 화장실에서 나온 김독자는 이내 곧바로 안방의 침대로 직행했다. 침대에 기대어 스마트폰으로 파티 사진을 보고 있던 유중혁은 자신을 바디필로우 마냥 껴안은 김독자를 끌어올렸다. 졸지에 유중혁을 깔고 누운 김독자는 유중혁과 눈이 마주치자 씩 웃었다.

"생일 축하해, 유중혁."

사랑해.

 

 


중혁아 생일 축하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유중혁 사랑해! 영원히 내 최애캐 리스트에서 살아가자!(..?)

 

+ 나름 독자 생일 연성이랑 맞춰볼랬는데 장렬하게 실패했어요.. 맞춘거는 5천자 내였다는 것 뿐..

++ 3번 갈아엎은 내용이라 퇴고X.. 목표는 자정에 올리기라서 퇴고XX

+++ 독자 생일 연성도 퇴고 안했네.. 중독찐...

 

문의는 @08030215_M 이 빠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