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22.
#종뱅_전력60분 여행
푸른 하늘 아래, 새하얗고 낮은 담장 너머로 반짝이는 지중해가 지평선 너머까지 뻗어있었다. 낮은 담장들을 따라 구불구불 길을 따라 걷다보니 푸른 하늘만큼이나 푸른빛을 뽐내는 산토리니의 유명한 블루돔이 그의 시야에 잡혔다.
"야, 저기 봐."
그의 시선이 블루돔을 향해 돌아갔다. 그는 그때 본 광경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의 시선이 카메라였다면, 그 광경을 인화해서 앨범 속에 간직했을거라 생각했다. 푸른 하늘만큼이나 반짝이며 빛나는 지중해와 하얗고 낮은 담장들과 지붕들을 등지고 서서,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가늘고 긴 머리카락이, 그의 미소가, 뇌리에 박혔다.
뜨거운 체온이 그의 팔을 휘감았고, 이끌었다.
"사진 찍자!"
7월의 산토리니
최종수와 박병찬은 햇수로 7년차, 무려 16시간의 시차를 가진 일명 롱디 커플이었다. 두 사람 모두의 앞자리가 3이 되던 날이었다. 그 날은 최종수에게는 자신의 생일이었고, 박병찬에게는 해가 바뀐 새해였다.
"아~ 최종수 앞자리가 3이라니, 뭔가 되게 안 믿기네."
밤 11시 30분,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었지만 전화 상대는 슬슬 태양이 서쪽을 향하는 때였다. 둘은 하루의 마무리를 꼭 전화로 마무리했다. 한 명이 늦은 밤이라면, 다른 한 명은 한낮이나 다름 없는 때인 기나긴 시차였다. 그렇게 7년, 아니 곧 8년을 앞둔 둘이었다.
"눈 많이 쌓였던데."
"아~ 엄청 왔지. 하늘도 네 생일을 축하하는지, 아주 눈을 폭탄으로 퍼부어주더라."
볼래? 침대에 걸터앉은 최종수는 귀에 대고 있던 휴대폰을 내려 통화 중임을 표시하는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내 화면 가득 익숙하고도 그리운 얼굴로 가득 찼다. 눈보라가 치는 지, 화면 속 박병찬의 머리카락이 눈과 함께 흩날리는 모습이 보였다.
"표정 좋아보이네? 생일이라고 좋은 일 있었나봐?"
"그냥, 축하 좀 받았을 뿐이야."
"그래도 1번은 나였겠지만."
눈을 휘며 웃는 그를 따라 최종수 또한 작게 웃었다. 자자, 봐. 네 생일이라고 눈 엄청 왔다고. 화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익숙하면서도 생소하게 보이는 한겨울의 서울이 화면에 지나갔다. 나무와 건물, 길거리와 벤치가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혀있었다. 화면은 목도리를 두르고 있는 눈사람을 보여줬다. 최종수는 하얀 눈사람의 목에 걸린 파란 목도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종수 눈사람."
"야, 너 설마 저거 목도리…"
"형아가 특별히 눈 코 입 다 달아줬다?"
화면에 불쑥 나타난 박병찬이 씩 웃었다. 다시보니 목 주변이 허전해보였다. 분명, 저번 생일 때 직접 건네주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질린다는 듯한 최종수의 표정을 본 건지, 박병찬은 맑게 웃었다. 어때? 완전 새하얗지?
"눈이 다 덮어버리니까, 새하얀 도시가 되어버렸네."
"새하얀 도시라니까, 그리스에 그 유명한 곳 있지 않았나? 하얀 건물들로 유명하잖아."
"산토리니."
맞아, 그런 이름이었지. 가봤어? 그럴 리가. 시덥잖은 대화를 이어가며 하루를 정리하던 최종수는 이내 시침과 분침이 맞닿을 시간에 가까워지자, 몸을 일으켰다. 화면에 띄워진 최종수의 뒤로 배경이 천천히 바뀌었다.
"아, 너 이제 슬슬 자야겠네."
"어, 있다가 자고 일어나서 봐."
"흐음, 너네 리그 6월까지던가?"
최종수는 탁상 위의 달력을 팔락거리며 넘겨 대충 확인해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종수의 반응에 박병찬은 악동같은 미소를 씨익 지었다. 그으래애~?
"왜, 뭔데?"
"아니, 그냥 확인차?"
얼른 불 끄고 누워~ 있다가 자고 일어나서 연락하자?
리그 막바지, 우승을 거머쥔 최종수에게 날아든 건 왕복 비행기표였다. LAX 로스앤젤레스에서 JTR 산토리니 까지. 왕복 비행기표와 함께 도착한 메세지에는 또다른 왕복 비행기표였다. ICN 인천에서 JTR 산토리니 까지.
「여행가자!」
아무래도 경유 한 번과 두 번의 시간 차는 꽤 컸다. 취리히에서 경유하여 산토리니에 도착한 최종수는 공항 라운지에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새삼 박병찬과의 거리가 확 와닿았다. 7년 간의 기나긴 연애동안 어떠한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새삼 이런 식으로 기다리면서 느낀다는 게 오묘했다. 출국장을 가만 바라보던 그는 안내판을 수시로 확인했다. 아테네에서부터 산토리니까지.
최종수가 마지막으로 박병찬과 만났던 건, 작년 10월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박병찬의 생일은 10월의 시작이라 다행히 리그와 겹치지 않아 한국으로 갈 수 있었다. 그놈의 눈사람에게 해준 목도리도 그 때 주었던 것이었다. 매일매일 영상통화나 메신저 등으로 연락을 해서 그런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익숙해진 탓인지, 롱디가 불편하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출국장의 문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수화물을 찾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출국장 문을 통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테네에서부터 출발한 비행기가 착륙했음을 확인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긴 신장만큼이나 큰 캐리어의 무게가 상당했다. 그는 캐리어를 끌고 출국장 근처로 다가갔다.
7월의 산토리니는 한국의 여름만큼이나 덥고 뜨겁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출국장을 통해 나오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웠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최종수의 시야에 기다리던 사람의 모습이 잡혔다. 익숙한 유니폼차림이 아닌 휴양지의 가벼운 옷차림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부시시한 머리카락을 가라앉히려는지, 머리카락을 슥슥 빗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그는 가만히 서있는 최종수를 발견한 지 활짝 웃었다. 박병찬은 캐리어를 끌고 달려 그를 와락 껴안았다.
공항에서 예약했던 숙소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호텔에 미리 요청한 픽업차량을 타고 움직였다. 둘은 서로에게 기대어 차 안에서 이동시간 탓에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실수로 경유지에서 잘못 갈 뻔했다던가, 별 생각없이 일반석을 잡았는데 생각보다 비좁았다던가 등의 실없는 이야기였다.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이아마을은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사위를 제대로 살피기 힘들었다. 둘은 첫 날 숙소를 배정받고, 오전 식사를 예약했다. 숙소 내부는 흡사 동굴 같았다.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조명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기나긴 비행 탓에 피곤한 지, 짐을 내려둔 박병찬은 곧장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씻고 누워."
"나 지금 정말 이대로 잘 수 있을 것 같아…"
"일어나."
뻗어진 손을 붙잡고 일어난 박병찬은 그대로 최종수의 어깨에 고개를 푹 숙였다. 파묻힌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어깨에 비비던 그는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자쿠지 가볼래?"
여기 심지어 프라이빗이야. 요청하면 아침식사도 자쿠지 안에서 할 수 있다?
자쿠지를 가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다행히 산토리니의 밤은 춥지 않았다. 배정받은 프라이빗 자쿠지는 은은한 불빛 덕분인지, 에메랄드 색이었다. 일렁이는 물길이 꼭 잔잔한 바다 같았다. 자쿠지 근처 넓은 테이블과 푹신한 의자, 산토리니의 뜨거운 햇빛을 막아줄 큰 파라솔이 있었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최종수는 의자에 앉았다. 그와 반대로 자쿠지에 들어가려는 듯, 레쉬가드를 입은 박병찬이 휴대폰을 최종수에게 건네고는 자쿠지로 천천히 들어갔다. 에메랄드 빛의 물길이 요동쳤다.
"진짜 좋다. 너 정말 안 들어올 거야?"
"안 가."
어깨를 으쓱인 그는 지중해가 보이는 쪽으로 향했다. 양손으로 턱을 괴고는 경치를 구경하는 듯 했다. 시차 탓인지 피곤했던 최종수는 팔짱을 낀 채 슬슬 졸기 시작했다. 작게 들려오는 숨소리에 가만히 경치를 구경하던 박병찬은 이내 물살을 헤치고 최종수의 근처로 다가갔다.
"졸려?"
거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동화 속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키스 한 번에 눈을 뜨는 장면처럼 최종수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졸음이 가득한 지, 흐리멍덩한 시선이 박병찬을 향했다. 느릿하게 꿈벅이는 눈을 가만히 보던 그는 물 속에 잠겨있던 손을 꺼내들어 휴대폰을 가리켰다.
"사진 몇 장만 찍어줘. 그것만 하고 들어가서 자자."
팔짱을 푼 최종수는 테이블 위에 놓인 그의 휴대폰을 집어올렸다. 전원 버튼을 짧게 누르자, 익숙한 눈사람 사진이 화면 가득 띄워졌다. 파란색의 목도리가 익숙하다. 언제적 사진이야. 최종수는 잠금 화면 하단의 카메라 버튼을 길게 눌렀다. 눈사람이 사라지고, 화면 속에 박병찬이 잡혔다.
"지중해랑 하늘이랑 자쿠지랑 나랑 하얀 담장들도 보이게 찍어줘."
"까다롭게 구네, 진짜."
"순순히 형아의 메신저 사진을 위해 협력하도록 해."
찰칵, 찰칵. 어두운 사위 속 사진 찍히는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들렸다. 최종수에게 박병찬에 대한 7년간의 데이터가 있는 만큼, 박병찬에게도 최종수에 대한 7년간의 데이터가 쌓여 있었다. 투덜거려도 시키면 한다. 최종수를 짧게 평하면 그렇다. 표정에서는 싫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표시하면서도 사진 잘 찍어보려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하는 모습에 귀여워서 박병찬은 배를 부여잡고 크게 웃었다.
"뭐야, 왜 갑자기 웃는데."
"아니아니, 그으냥~ 좋아서?"
"별… 여튼, 충분히 찍은 것 같은데, 이제 좀 들어가자."
"그럴까?"
물 밖으로 나온 그는 물을 뚝뚝 흘리며 최종수의 근처로 다가가 놓여있는 수건으로 몸을 닦아냈다. 최종수는 고개를 들어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시선에 아랑곳 않고 얼추 물을 닦아낸 그는 휴대폰을 건네 받아 앨범을 확인했다. 눈을 휘며 웃으며 사진들을 슥슥 넘겨보던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통과! 사진 찍는 실력이 꽤 늘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난 최종수의 손을 붙잡고 앞뒤로 흔들며 숙소를 향해 걷는 박병찬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휴대폰 앨범에 담긴 여러 장의 사진들이 그 나름대로 예쁘다고 생각될 때 찍었을 거라 생각하니, 차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못 찍고 잘 찍고의 문제보다는, 그 마음이 좋았다.
유럽은 해가 빨리 뜨는 편이다. 7월의 산토리니는 매우 덥기에, 오래 걸을 일이 있다면 일찍 움직이는 게 좋아요. 어젯밤 박병찬의 휴대폰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영상이었다. 거의 무계획에 가까울 정도의 일정이었다. 왕복 비행기표, 일주일 간의 숙소 예약를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일정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쉬러 왔으니까. 그날 그날 따라 가고 싶은 곳으로 가면 되지."
프라이빗한 장소가 있는 만큼 가격대가 꽤나 있는 좋은 호텔이었다. 그래서인지 서비스 또한 훌륭했다. 전날 밤 예약해둔 아침식사를 위해 두 사람은 지정된 장소로 향했다. 자쿠지의 넓은 테이블 위로 음식들이 하나하나 서빙됐다. 빵과 버터, 메쉬드 포테이토, 샐러드 등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유럽식 아침 식사였다. 그리고, 따로 주문했던 그릴새우와 구운 돔도 추가로 서빙되었다. 운동선수로서 체중조절은 필수적이기에 아침치고는 꽤나 헤비한 편이었지만, 휴양의 목적이라는 핑계로 둘은 잠시 동안 일탈을 행했다.
식사 이후에는 정말로 말했던 그대로 마을을 걷고 걸었다. 기념품 가게가 보이면 들어가서 구경하고, 사람이 드문 곳 치고 경치가 아름다워서 서로 사진을 찍고 찍히기도 했다.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을 피하려고 젤라또 가게에 들어가 얼마동안 휴식을 취하는 등 정말로 자유로운 하루였다.
어제는 밤 늦게 도착했던지라, 마을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다. 해가 떠오르고 햇빛에 반사되는 하얀 건축물들이 바다의 윤슬과 같았다.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놓은 건, 박병찬 뿐만이 아니었다. 최종수 또한 멍하니 비현실적이게 느껴지는 광경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새하얗고, 반짝이는 곳이었다.
점심을 먹고, 돌아다니다 더울 때는 잠시 카페에 들어가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쉬기도 하고, 지나가는 관광객들 부탁을 받아 사진을 대신 찍어주기도 했다. 정말 휴양이라는 목적에 걸맞는 일정이었다.
"자, 하루의 마지막은, 역시! 유명한 산토리니의 석양이지."
10유로를 더 내면 뷰가 좋은 장소에서 식사할 수 있다는 소리에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갔던 식당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10유로를 더 받는 이유가 있었다. 쭉 뻗은 지중해와 산토리니의 하얀 담장들이 다닥다닥 보이고, 중간중간 보이는 푸른색의 블루돔이 눈에 띄었다. 아름다운 경치 아래서 먹는 해산물들은 모두 맛있었다. 꼭 분위기에 홀린 것 같아. 박병찬에 말에 드물게 최종수는 동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석양만큼은 꼭 봐야한다고 주장하는 박병찬을 따라 산토리니 구석구석에 있는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 오솔길들을 걸어 올랐다. 그나마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들이라 이정도는 두 사람에게 힘든 것도 아니었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올랐다. 구석진 길들을, 계단을 따라 오르다보니 약간 평탄해 보이는, 흡사 사진 스팟과도 같은 장소가 눈에 띄었다.
박병찬의 검지 손가락이 저 너머를 가리켰다. 뉘엿뉘엿 해가 서쪽으로 지고 있었다. 시선을 돌려 새하얀 마을을 둘러보았다. 석양 빛에 물든 도시는 또다른 매력을 뽐내었다. 해가 지면서 슬슬 어두워져가자, 일부 가게들은 일찍 불을 밝혔다. 아직 깜깜한 건 아니었지만, 노을 아래 보이는 불빛들도 나름대로 운치있었다. 석양을 보던 박병찬은 역시나 가만히 석양을 바라보고 있던 최종수의 볼에 손을 가져다, 반쪽짜리 하트를 만들어 붙였다. 전광석화와도 같은 속도로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눈을 휘며 활짝 웃는 박병찬과 동시에 찰칵! 하는 소리가 울렸다.
"하하, 최종수 표정 진짜 웃겨."
"박병찬… 너는 진짜…"
그의 돌발행동에 최종수는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박병찬은 즐거운 듯 웃으며 휴대폰을 톡톡 두들겼다. 그러더니 화면을 최종수의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당분간 형아의 배경화면으로 지정!"
부루퉁한 표정으로 박병찬을 흘겨보는 최종수와, 그의 볼에 반쪽 하트를 만들어 붙인 채로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는 박병찬이 화면 가득 띄워져 있었다. 메신저 프로필 사진이나 배경사진으로 써도 괜찮지 않을까? 이참에 공개연애나 해볼까? 즐거운 듯 울려퍼지는 그의 웃음 소리가 최종수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다음에 또 올래?"
"다음엔 비수기에 오자."
아하하, 그것도 좋지. 근데 비수기엔 너네 한창 리그일 걸? 빠듯하긴 해도 내 생일 즈음이면 아슬아슬하게 비수기려나? 미래를 기약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새하얀 도시에서 바라보는 지평선의 석양이 눈부셨다. 새하얀 도시는 석양빛에 금새 붉은 빛으로 물들였다.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과 석양빛에 물든 박병찬의 모습을 최종수는 계속 눈에 담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꼭 이와 같았다. 왜 사람들은 진부하기 그지없는 장면들을 가장 인상 깊었다고 평할까, 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새로 덧칠한 하얀 도시와 중간중간 보이는 푸른색의 돔, 그만큼이나 파란 하늘, 드넓은 지중해와 그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까지. 7월의 산토리니는 박병찬을 닮았다.
최종수는 7월의 산토리니를 다시금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산토리니는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더라구요. 다음에는 신혼여행으로 가도록 해.
'가비지타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뱅 / 잔존 (0) | 2024.05.27 |
---|---|
종뱅 / 유효 기간 (0) | 2024.05.27 |
종뱅 / Apocalypse (0) | 2024.05.27 |
종뱅 / 부전승 (0) | 2024.05.27 |
종뱅 / 상대성(相對性) (0) | 2024.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