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e Bow Tie Hearts Blinking Blue Pointer
cyp / 데샹바레 그 여름날 (for. 몽글님)
2차

- 150413 진단메이커

 데샹바레(을)를 위한 소재키워드 : 찌는듯한 무더위, 후회, 치욕스러움

 

- 몽글님이랑 연성교환 ヽ(*´∀`)ノ

- 현대AU / 회상

- BGM : 쏜애플 - 아지랑이

 

 

 

 

 

 Side. Ricardo

 

오늘은 전국적으로 덥겠습니다. 낯 최고기온은 32도로...

 아침에 단정한 옷차림의 기상캐스터가 오늘 날씨에 대해 말했던 게 떠올랐다. 일 때문에 검정색 정장을 입고 있는지라 평소보다 더더욱 덥다고 느꼈다. 찌는 듯 한 무더위에 하는 수 없이 웃옷을 벗고 와이셔츠의 소매 단추를 풀어 접어 올렸다. 와이셔츠의 위 단추도 풀기 위해 손을 올렸지만 목덜미에 남아있을 자국이 떠올라 결국 관두고 말았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 날도 오늘처럼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날이었다.

 

 그 때의 나는 유난히 네게 약했다. 너의 부탁이라면 어떠한 일을 해서라도 들어주고 싶었고 너의 바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루게 해주고 싶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린 날의 치기였을 지도 몰랐다.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던 날이었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그 날은 내가 아닌 네가 날 기다렸다는 것일까? 항상 바쁜 너이었기에 나는 항상 교내 도서관의 동일한 자리에서 널 기다리곤 했다. 그 날 만큼은 예외였다. 그 날은 선생님과의 진로 상담 탓에 네가 날 기다려야 하는, 그런 날이었다. 기다리고 있을 네게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기대감에 도서관으로 달려갔었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그 날은 유난히 해가 길었던 것 같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나는 힘차게 문을 밀었다. 문이 열리고 창 너머로 비추는 붉은 빛 아래, 내가 앉아있을 자리에, 네가 있었다.

 

 문의 밀리는 소리에 반응한 듯, 너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면 너는 웃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너에게 걸어갔다. 내 지정석은 언제나 창가의 구석진 자리였다. 도서관을 가득 울리는 클래식 소리가 들리고 타인의 눈에 잘 띄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창밖을 구경할 수도 있다는 점이 좋았다. 너에게 다가가면서 불현듯 네가 매일 저 자리에 앉아있을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봤다. 지금 네게 다가가는 나는 굉장히 기쁜데 너도 그랬을까?

 

 그 때,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상념에서 빠져나와 핸드폰을 확인했다. 익숙한 번호, 익숙한 발신자, 익숙한 내용.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 날.

 그 날이 이 모든 것의 전환점이 아닐까?

 

 내가 아는 까미유 데샹은 내가 지금껏 보아온 사람들 가운데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웠으며 매력적이었다. 같이 걷다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햇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흰 머리카락과 바람을 받으면 살랑거리는-그래, 민들레의 홀씨 같았다. 자연스러운 컬이 들어간 그의 머리카락은 언제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유난히 그 날은 네 머리카락이 빛났던 것 같다. 석양빛에 반짝이는 네 머리카락은 진주와 홍옥을 섞은 듯 했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잔잔하게 들려오는 클래식과 동시에 엇박자로 들리는 투박한 발소리에 너는 웃었던 것도 같다. 너는 읽고 있던 책을 옆으로 내려놓았고 내 발소리가 멈추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곧장 내 넥타이를 잡아당겼고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끌려갔다. 그 와중에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주춤주춤 걸었다. 눈을 깜빡거렸을 때, 너와 나는 숨이 맞닿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역광 때문일까, 평소보다 너의 눈이 유난히 짙어보였다. 뭐지? 생각은 잠시였다. 너는 그대로 나를 잡아당겼다. 시야에 녹색이 선명할 정도로 보이자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마자, 작게 웃는 듯 한 웃음소리와 동시에 말캉한 무언가가 입술에 닿았다. 어떠한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해 머리를 굴리며 눈을 뜨려던 참에 말캉한 무언가가 입술을 가르고 침입했다. 놀란 나머지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깊은 녹안의 너였다.

 놀랍게도 너는 나에게 입을 맞추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도착해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카운터에 이름을 말하자 카운슬러는 웃으면서 그가 정해둔 호실을 알려주었다. 사실 그가 몇 층의 몇 호실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저, 가능하면 늦게 가고 싶었다. 정해진 시간까지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다. 매사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너는 정시에 맞춰 도착하겠지. 점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층수는 자꾸 정신을 옥죄어왔다. 물론 지금은 빈 방이겠지만 그래도 너는 내게 그만큼의 영향을 끼치는 존재다.

 지금의 나에게 있어, 너는 이렇게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린 걸까.

 

 그 때도 그랬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눈을 떴을 때, 언제나처럼 보이는 익숙한 너의 녹안은 왠지 모르게 안심하게 했다. 하지만 뭔가가 달랐다. 우리의 사이에는 왠지 모를 불쾌함이 있었다. 한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눈을 깜빡이던 나는 비로소 그 불쾌함이 무엇인지 알았다.

 성인을 바로 코앞에 둔, 성인이 된다는 불안함과 동시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십대의 마지막에.

 

 너는, 나를, 범했다.

 

 잠깐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넓은 창 너머 비춰오는 석양이 눈부셨다. 시간은 벌써 약속 시간에 가까워졌다. 초침소리가 꼭 심장소리 같이 크게 들렸다. 나는 악몽을 꾼다. 그 날은 내게 있어 지옥과도 같았다. 살아오면서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이라면 그 날일 것이다. 나는 종종 후회한다. 그 날, 내가 너에게 다가가지 않았더라면, 내가 상담을 받지 않았더라면, 네가 날 기다리지 않았더라면이런 사태까지는 오지 않았을까?

 약속 시간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렸다. 그리고 너는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석양 탓인지 그의 머리카락과 백색의 정장은 그를 더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아직도 그에게 약하다. 그 때만이 아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에게는 약하다.

 

 그 날 이후, 너는 스스럼없이 날 대하기 시작했다. 그 것은 평소의 생활에서도, 부적절한 관계를 맺을 때도 그랬다. 나는 그 때도 여전히 네게 약했기에 반항이란 단어는 존재할 틈이 없었다. 너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이용할 줄 알았다. 영악하기 그지없는 네게 나는 언제나 당했다. 그럼에도 내가 널 놓지 못하는 건 어째서일까?

 

 너는 오늘도 내게 상처를 낸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일 수도 있고 혼자서 삭히는 보이지 않는 상처일 수도 있었다. 나는 항상 너와의 관계에 회의감을 느낀다. 너는 나를 좋아하는 걸까, 나는 너를 좋아하는 걸까. 답은 무엇일까. 애초에 답이 존재하긴 할까.

 

 목덜미의 붉은 자국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 공백포함 : 3082자 / 공백미포 : 2317자

 


 

> 아래는 그냥 쓴거...글이 아님. 그냥 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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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그 날이 히카르도에게 있어 특별하지만 우발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납득하는 심리묘사를 하려고 했으나 장렬하게 실패

 

-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데 현재의 관계는 과거의 일 때문에 벌어진 것

 

- 걍 쌍충 잤다고요(이거아님)

 

 

몽글님 죄송해요!!!!!! (뛰쳐나간다)

 

 

+ 연성교환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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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몰라 띠처리함.

 

시우님 양심 어디로 가셨어요? 나가주겄으면 좋겠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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