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카르도, 뭐하는 거야. 빨리 와."
까미유는 귀찮다는 듯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았다. 까미유의 부름에 히카르도는 당황한 표정으로 재빨리 까미유에게로 뛰어갔다. 까미유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다가온 히카르도에게 더 다가오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히카르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허리를 살짝 굽히자 까미유는 들고 있던 책으로 히카르도의 머리를 툭 쳤다. 으윽...
"너 생일이라 연락이 많이 와서 그러는건 이해하는데, 계속 뒤쳐지면 되겠어?"
"미안하다.. 까미유.. 잘못했다.."
"히카르도, 아무래도 너에겐 약간의 흑백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것 같아."
까미유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히카르도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했지만 역시나 싶은 히카르도의 뻔한 반응에 까미유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교양시간에 들은 내용이잖아."
까미유의 말에 자색의 눈동자가 데구르르 거리더니 이내 떠올렸는지 까미유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심스러운 히카르도의 반응에 까미유는 입꼬리를 틀어올려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설마 칭찬으로 알아들은건 아니겠지.
"어제 수업 내용은 기억하고 있겠지?"
"기억하고 있다. 옳고 그름, 선과 악 처럼 양분하고 중립적인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고나 논리가 아니었나?"
"맞아, 기억하고 있었네? 그럼 그런 태도가 필요한 지금의 너는?"
줏대가 없다는 말이라고.
까미유의 독설에 히카르도는 어깨만 으쓱거릴 뿐이었다. 묘하게 신경을 긁는 히카르도의 태도에 팔짱을 낀 채로 안경을 밀어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히카르도는 까미유가 화가 났을 때는 저런 식의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곧바로 핸드폰의 전원을 껐다. 히카르도의 빠른 행동에 만족한 듯 까미유는 팔짱을 풀고 걸어나갔다. 히카르도는 까미유와 보폭을 맞춰걸으며 물었다.
"그런데, 까미유. 도착하려면 아직인가?"
"거의 다 도착했어."
"도대체 무슨 선물이기에 당일이 아니면 안됀다는거야?"
히카르도의 물음에 까미유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현관문이 열리고 사람의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집안에선 한기가 돌았다. 까미유는 히카르도를 거실로 안내했고 히카르도는 머뭇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준비에 살짝 시간이 걸려서, 네 스무 번째 생일이니까 특별히 의미있는 선물로 골랐어."
까미유의 말에 히카르도는 살짝 갸웃거렸다. 물론 스무 번째 생일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까미유와 히카르도는 올해 같은 교양 수업으로 친해진 사이였다. 까미유는 히카르도보다 한 학년이 더 높았고, 전공은 서로 달랐다. 왠지 모르게 오래 전부터 생일을 챙겨왔다는 듯 했지만 이내 히카르도는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떨쳐냈다. 착각이겠지.
히카르도는 까미유가 사라진 쪽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집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똑같이 혼자 사는 20대 남성의 집이었으나 판이하게 다른 성격 탓인지 집안은 묘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히카르도"
들려오는 까미유의 목소리에 히카르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까미유는 자신을 보자마자 떨리기 시작하는 자색의 눈동자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히카르도의 눈에 비친 까미유 데샹은, 등 뒤로 한 쌍의 검은색의 날개를 달고 있었다. 달빛을 등지고 선 그의 눈부신 백색의 머리카락은 달빛으로 반짝거렸고, 머리카락과 대조되는 한 쌍의 검은 날개는 그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해주는 듯 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한 표정의 히카르도를 보며 까미유는 더더욱 짙은 미소를 지으며 충격을 받은 것인지, 멍하니 앉아있는 히카르도에게 다가갔다. 여유롭고 느릿한 발걸음에는 우아함과 기품이 묻어났다. 히카르도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까미유는 히카르도의 손을 잡고 서서히 일으켰다. 얼떨결에 일으켜진 히카르도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듯 불안한 표정으로 까미유와 그의 날개를 바라보았다. 까미유는 히카르도의 어깨를 붙잡고 뒤로 돌렸다. 불안한 표정을 짓는 히카르도에게 까미유는 눈을 휘며 매혹적인 미소로 괜찮다고 말했다. 까미유보다 신장이 큰 히카르도 였기에 앞에서 보면 꼭 까미유의 검은 날개가 히카르도의 것으로 보였다. 까미유는 우아한 손길로 히카르도의 허리에 팔을 둘러 그를 끌어안았다. 그러더니 이내 손을 올려 천천히 그의 셔츠 단추를 풀어내려갔다. 갑작스러운 까미유의 행동에 히카르도는 사색이 되어 몸을 움직여 반항의 의사를 내비췄다. 까미유는 히카르도의 등에 밀착해 그의 귀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쉬이─ 널 해치려는게 아니야, 리키.
평소와는 다른 까미유의 외관과 말투에 히카르도는 더더욱 혼란스러워 했다. 그래도 아까보단 줄어든 반항의 몸짓에 까미유는 수월하게 나머지 단추들을 풀어내고 셔츠를 벗겨냈다. 히카르도는 느껴지는 한기에 전신을 떨었다. 까미유는 그런 히카르도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미술 작품을 관찰하듯 히카르도의 상체를 바라보았다. 꾸준한 운동 덕에 잘 짜인 상체의 근육들은 까미유의 입에서 탄성이 나오게 했다. 까미유는 그대로 히카르도의 허리를 끌어안고 드러난 그의 날개뼈에 입술을 눌렀다. 한기와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던 그의 전신은 까미유의 입술이 닿기 무섭게 더더욱 떨기 시작했다. 긴장한 것인지, 히카르도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육안으로도 떨림이 보일 정도로 긴장한 히카르도가 귀엽다는 듯 까미유는 미소를 지었다. 아아─, 나의 리키.
"예전의 너에겐 여기에 순백의 날개 한 쌍이 있었는데"
"무슨..소리를.."
"물론 그 것도 한 때였지만, 난 네 새하얀 날개도 좋아했었어."
선물은 여기서부터가 진짜야.
까미유는 갑작스러운 자신의 발언들에 히카르도가 혼란스러워 하든 말든 신경쓰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아까 흑백논리에 대해 말했지?"
흑백논리는, 널 추방시킨 자들의 사고방식을 논하는데 가장 적절해. 그들에게 있어, 순백의 날개는 선의 상징, 검은색으로 물든 날개는 무조건 타락한 천사, 즉 악이야.
까미유는 히카르도를 더욱 더 끌어안았다. 까미유가 끌어안은 탓에 까미유의 품에 안기게 된 히카르도는 작은 반항을 해보았지만 까미유는 그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히카르도가 포기하고 전신의 힘을 풀려는 순간, 까미유는 그의 귓가로 다가갔다. 까미유의 부드러운 백발이 목덜미 근처에 닿자, 히카르도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까미유는 그의 목덜미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하, 웃기는 놈들이었지. 날개의 색으로 선과 악을 나누고, 악은 천계에서 추방시키다니. 가당치도 않아."
"까미유.. 그건.. 네 과거인가?"
히카르도의 말에 까미유는 입 꼬리를 끌어올려 소리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는 곧장 히카르도의 귓볼에 입을 맞추더니 이내 살짝 깨물었다. 갑자기 느껴지는 아픔에 히카르도는 살짝 인상을 썼다. 뭔가, 이상하다.
"난 네 순백의 날개가 나와 같은 검은 날개로 변했을 때의 네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생각해."
퇴폐미라고나 할까.
까미유의 돌발 발언에 히카르도의 전신이 얼어붙었다. 가중되어가는 혼란스러움과 놀라움에 히카르도의 입은 벌려진 채 그대로 멈춰있었다. 그게..무슨..소리야..
"나와의 교제, 그리고 너의 추방."
그래, 네 이야기야.
까미유는 히카르도의 자안과 눈을 맞추었다. 살짝 떨리는 자안에 까미유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내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히카르도가 무너져 내렸다.
* 공백포함 : 3558자 / 공백미포 : 2754자
* 흑백논리 ; 모든 문제를 흑과 백, 선과 악, 득과 실 등으로 양분하고 중립적인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편중된 사고방식이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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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케님! 제게 은혜로운 피버 히카랑 보잉 까미유 그려주셔서 넘 감사해요.. 감사한 마음에 부족하지만 저두 보답을 해드리려구ㅠㅠ급하게 써왔어요.. 블케님 쌍충이 루시퍼셔서..8ㅅ8... 넘 휘갈ㄹ겨 썼더니 내용이 산으로 가는건 .. 큽...ㅠㅠ죄송하구..
아래는 설정같은거에요..! 쌍충 그려주셔서 넘 감사해요8m8 S2S2S2
설정같은거)
- 루시퍼 까미유X추방당하기 전의 기억이 없는 히카르도
- 같은 교양 수업에서 만남
- 까미유가 교양수업내용언급.
흑백논리, 널 추방시킨 자들의 사고방식을 논하는데 가장 적절해. 순백의 날개만이 선의 상징, 검은색으로 물든 날개는 무조건 타락한 천사로, 악으로 치부하지.
- 흑백논리 : 모든 문제를 흑과 백, 선과 악, 득과 실 등으로 양분하고 중립적인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편중된 사고방식이나 논리.
잘 안보이지만..ㅠㅠ원래는 저렇게 썼던 거에요...☞☜
여튼 쌍충 그려주셔서 넘 감사해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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