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e Bow Tie Hearts Blinking Blue Pointer
DC 아카아무 / 미완
2차

22.08.21.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어둑한 사위를 환하게 비추는 휴대폰은 익숙한 알람 화면과 기상을 알리는 시간, 그리고 달갑지만은 않은 소음을 동반했다. 넓지 않은 공간을 울리는 알람소리 사이로 사악사악 시트가 마찰하는 소음이 화음처럼 들렸다. 화음의 원천지는 몸을 돌려 발광(發光)하는 휴대폰의 화면을 확인하고는 익숙하게 버튼을 눌러 소음과도 같은 알람소리를 중단시켰다. 이내 다시 휴대폰을 뒤집어두고 그대로 누운 채 눈가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중요한 날인 만큼, 단순하지만 중요한 일정들로 가득했다. 본청 그리고 회동, 예의 그 작전이 행해질 파티까지.

이불이 걷히는 사부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의 형상이 어둠 속에서 존재를 드러냈다. 남자는 피곤한 듯, 뒷목을 주무르며 익숙하게 화장실로 걸음을 옮기며 하루를 시작했다. 세면대의 거울 속 물에 젖은 밝은 금발과 대비되는 한 쌍의 밝은색의 벽안, 건강해 보이는 구릿빛 피부가 특히 눈에 띄었다. 물소리가 멀어지게 들리는 작은 집안에서 짧은 진동 소리가 울리더니 이내 멎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빛을 내는 휴대폰의 화면이 잠깐 암흑을 몰아냈다. 샤워를 끝마치고 나온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귀에 가져다 대었다.

"무슨 일이지?"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다른 한 손으로는 거칠게 머리에 얹혀있던 수건을 문지르며 행거에 걸린 옷을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후루야 씨! 휴대폰의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인사에 후루야라 불린 남자는 머리를 말리던 수건을 세탁 바구니에 넣고 행거를 뒤적거렸다.

"그래, 알겠다. 브리핑은 10시부터니, 9시에 청사에서 확인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있다 뵙겠습니다, 후루야 씨. 전화가 끊어지고 후루야는 행거에서 꺼내든 짙은 회색의 양복을 꺼내 들었다. 불현듯 밝은 빛이 시야에 닿아 인상을 찌푸린 후루야는 발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짙은 남색의 암막 커튼의 틈으로 밝은 햇빛이 후루야의 시야에 닿았다. 커튼을 살짝 밀어내 바깥을 확인해보니, 겨울 치고는 맑은 하늘과 햇빛이었다.

몇 년간 잠입한 조직의 끝을 마주하는 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창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오늘은 버본이 죽는 날이다.

예의 조직은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였다. 이 조직 하나를 소탕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오늘 밤 작전에 연관되어있었다. 주요 국가의 셀러브리티들이 모이는 일종의 파티에서 이루어질 은밀한 거래 현장을 덮치는 것이었다. 파티장 내부에는 코드네임을 부여받은 주요 조직원이 전원 참석한다는 버본과 키르의 설명에, 그들의 수법을 잘 아는-후루야 레이가 가장 두려워하는-두 사람은 이 작전의 청사진을 그려냈다. 작전의 내용은 간단했다. 조직의 거래 현장을 덮치고, 코드네임을 부여받은 주요 조직원을 생포해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것이다.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버본은 오늘로써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작전은 다들 이해하셨겠지요."

불이 꺼진 넓은 회의실에는 스크린의 불빛과 담담하게 작전 브리핑을 하는 카자미의 목소리만이 울렸다. 작전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경우가 있으니 이번 브리핑은 카자미가 맡기로 되어있었다. 폐쇄회로 영상, 일명 CCTV 영상을 통해 그 모든 광경을 보고 있던 후루야는 경시청 내 어느 독방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홀로 그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이미 한 시간 전, 카자미를 통해 브리핑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후루야이기에, 사실상 전부 다 아는 내용이었으나, 작전의 책임자 중 하나인 만큼 확실하게 하고자 함이었다. 영상 속에는 발광하며 시시각각 바뀌는 스크린과 수많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화면을 보며 하나하나 확인하던 후루야는 작게 혀를 차며 생각을 끊어냈다. 이만큼의 대규모 합동 작전은 정말이지 드문 일이었다. 그만큼 조직이 각 나라에 깊게 얽혀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코드네임을 부여받은 주요 조직원들은 생포입니다. 저항이 거세거나 생포가 불가능하다 판단된다면 즉시 사살해도 좋습니다만, 가능하면 생포를 부탁드립니다."

자못 심각하게 들리는 카자미의 목소리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그들은 이리저리 의견들을 나누며 최종 점검에 나섰다.

"이 정보는 신용할 수 있는 정보입니까?"

검지손가락으로 톡톡 책상을 두드리며 화면을 바라보던 후루야는 그 질문에 행동을 멈추었다. 가운데 섹션 쪽이면, 미연방수사국 FBI인가. 후루야는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모를 실패를 위해 버본과 키르가 내부에 잠입한 요원이라는 사실을 숨기기로 한 이상, 정보의 출처에 의심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이성적으로는 생각했다. 그러나 잘못했다간 연합의 전체적인 신뢰에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작은 의심조차도 조심해야 했다.

"걱정하지 마. 믿을 만한 정보원이 있으니까."

극비입니다, 말할 수 없습니다, 등의 대답은 역효과, 적당히 잘 무마해야겠지. 후루야의 상념을 깨는 조디의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우리는 그저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야.

 

이 작전은 최대한 많은 변수에 대비하고자 여러 상황을 시뮬레이션하였다. 그러나 청사진을 그린 네 명이 가장 대처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 점이라면, 내부에서 이루어질 총격이었다. 베르무트와 함께 파티장에서 거래자와 접촉하여 거래장소로 리드할 버본이나, 역시나 연회복을 입고 있을 키르 또한 방탄복 착용이 불가했기에 개개인의 위험성이 높았다. 혹시라도 거래자의 갑작스러운 배신이나 혹은 변심으로 인한 문제가 생긴다면, 진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었으나, 역시나 협박 혹은 총살이라는 점에서는 모두의 의견이 같았다. 한 번 배신자로 의심받은 전적이 있었던 키르나 버본이기에 더더욱 신중해야 했고 작은 의심 하나라도 생기게 된다면, 진은 즉시 둘 중 하나를 총살하리라. 그렇기에 더더욱 작전 회의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들에게 단 하나의 여지조차 주지 않기 위해서.

 

마지막 작전회의가 얼추 마무리되어가는 것을 본 후루야는 폐쇄회로의 영상을 종료하고 그 누구도 없었던 것처럼 정돈하고 조용히 그 장소에서 벗어났다. 휴대폰의 화면을 켜자, 후루야 레이가 아닌 버본이 되어야할 시간이 다가왔다. 자택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베르무트와 합류하여 조직의 회동에 참여해야했다. 빠듯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여유로운 시간도 아니었다.

네모난 승강기 안에서 넥타이를 치켜올리며 옷차림을 정돈하자, 지하 3층이라는 안내음과 함께 거대한 철문이 열렸다. 후루야는 승강기를 벗어나 멀고 구석진 곳에 주차된 자신의 애마를 향해 걸었다. 보통 경시청의 지하 주차장이 3층까지 차는 경우는 드물었고, 특성상 드러나서는 안 되는 위치이기에 부러 번거롭지만 수고로움을 더하곤 했다. 뭐든 확실해서 나쁠 건 없었다.

후루야가 저 멀리 보이는 흰색의 RX-7을 향해 걷자, 걸음마다 머리 위의 흰 불빛들이 반응하여 하나하나 켜졌다. 고요한 지하주차장에서는 불빛이 켜지는 소리 외에는 그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았다. 후루야가 운전석의 문고리를 잡는 순간, 눈동자를 굴려 뒤쪽을 흘끔 바라보았다. 달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의 락이 풀리는 소리와 동시에 후루야는 품 안에서 권총을 꺼내 들고 뒤쪽으로 달려 나가 조준했다.

 

카자미. 나에게는 두려운 남자가 두 명 있다.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었다. 그때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었지? 잘 모르겠지만, 알고 싶지도 않다. 확실한 건, 그때 이 짜증 나는 낯짝이 있었다면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두운 주차장의 흐릿한 백색 불빛을 받아 빛나는 은빛의 유려한 총신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익숙하기에 더더욱 불쾌한 향이 존재를 알렸다. 특유의 향수와 매운 담배의 향이 섞인, 지독하게도 긴 시간이 흘러도 기억 속에서 강렬하게 인식되어 절대 잊히지 않는 그 남자의 체향이었다. 후루야가 눈치챌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기둥에 기대어 담배를 물고 있던 그는 픽 웃으며 자세를 일으켜 후루야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 남자 특유의 체향과 느릿한 발걸음 소리에 후루야는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레버를 쥐어 세이프티를 해제했다. 달칵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주차장을 울렸다.

"…아카이, 슈이치…."

점차 가까워지는 남자의 체향이 후루야에게 훅 끼쳐오자, 잊히지 않는 그와의 첫 만남의 기억이 슬며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 기억은 눈앞의 남자가 라이라고 불렸을 때였다. 짐승처럼 기민한 감을 지닌 후루야는 그에게서 무언가 꺼림칙함을 느꼈다. 조직원이 풍기는 특유의 그런 불쾌한 감이라기보다는, 그저 개인적으로 느끼는 이유 모를 불쾌감. 애써 그 불쾌감을 밀어냈다. 예민한 육감이 사실은 알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이 남자와의 질긴 악연을.

나도 누군가에게 지지 않을 만큼 저격에는 꽤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임무가 끝나고 라이플을 케이스에 정리하던 스카치의 목소리에 버본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스카치의 실력이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라이 그 남자의 실력이 말도 안 될 정도일 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 남자의 저격은 깔끔하고 유려했으며, 조용했다. 불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라이는 항상 여유로웠다. 그 남자에게서 조급함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기에 가질 수 있는 여유로움일 것이다. 익살스러운 베르무트의 장난에도, 이죽거리는 버본의 말에도, 온화한 스카치의 권유에도 그는 언제나 무던한 반응이었다. 베르무트의 말에 따르면 '정말이지. 재미없는 남자.' 였다.

라이가 NOC이었으며, 그는 미연방수사국 FBI의 아카이 슈이치라는 정보가 조직 내에 퍼졌다. 동족 혐오. 그때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단어가 있었다. 버본이 아닌, 후루야 레이가 느끼는 동질감에 대한 혐오였다. NOC이라는 것이 들켜도, 조직의 마수에서 벗어날 자신이 있다는, 시원하지만 묵직한 그의 향수에 매운 담배 향이 섞인 특유의 체향을 숨기지도 않는 그 태도도, 그러나 자만심이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를 그렇게 믿고 있는 그 자신감은 버본인 후루야 레이와 지독하게도 닮아있었다.

 

그림자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온 아카이는 총구 끝과 거의 맞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그가 피고 있던 담배의 끄트머리의 붉은 불빛이 후루야의 시선을 잡아챘다. 그의 이름만큼이나 붉기에 더더욱 불쾌하기 그지없는.

"건투를 빌지."

후루야 레이 군. 마지막에 들린 것은 착각으로 들릴 만큼 작은 소리였다. 후루야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번 작전에서 이 남자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했다. 적은 둘, 이쪽은 하나에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카이 씨? 코난의 물음에 아카이는 지도를 찬찬히 보며 몇 군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모두 다 저격수의 위치로 추정될만한 곳이었다.

"아마도, 이 정도까지가 그들의 한계겠지."

"우리도 아직 코른과 키안티의 정확한 위치까지는 알 수 없어."

팔짱을 끼며 지도를 내려다보던 키르의 말에 동조하듯 후루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격추와 엄호. 연합에서 사전에 조직의 저격수들을 무력화 한다면야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격추, 어렵다면 원거리로 엄호하는 것이 이 남자의 맡은 바였다. 인정하기는 싫어도, 후루야 레이가 보아온 저격수 중 이 남자만큼 뛰어난 저격수는 아직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기에. 그리고 또 하나, 그가 맡은 역할이 있었다. 혹여 생포가 어려워져 연합과 조직 간의 총격전이 이루어질 시, 버본 혹은 키르의 다리 부근을 조준해 그들을 생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었다. 연합 내에서 버본과 키르의 존재는 비밀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을 생각해낼 수밖에 없었다. 가능하다면, 한 장소에서 한 번에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혹여라도 장소를 이탈하게 되어 총격전을 하게 된다면 무차별 사격에 오히려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공작원으로써 그 정도의 통증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 정도 상처에 조직의 멸망이라면 싸게 먹히는 장사였다. 물론, 코난은 반대했었다. 미즈나시 씨와 아무로 씨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두 분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생포 당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불필요한 희생을 바라지 않는 그의 신념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만큼, 완벽하게 하고 싶어질 뿐이었다. 후루야의 시선이 아카이에게 닿았다. 시선을 느낀 것인지 아카이의 짙은 녹안이 후루야의 벽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런 소리나 하자고 여기까지 행차한 건가요?"

순직했다는 수사관의 멀쩡한 모습을 보면, 동료들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를 일이긴 하군요. 후루야의 비소에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 그는 그저 후루야를 계속해서 바라보기만 했다. 오히려 그런 무던한 반응이 후루야를 더더욱 분노케 했다. 후루야는 쥐고 있던 레버를 더욱 꽉 쥐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쾌감에 후루야는 아랫입술을 작게 깨물었다.

"당신을 제 손으로 직접 죽이기 전까지, 저는 절대 죽지 않을 겁니다."

낮은 음성으로 작게 중얼거린 후루야는 쥐고 있던 레버에 힘을 풀고, 권총을 다시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러니 당신이야말로 그들에게 죽지 마시죠. 말을 마친 후루야는 몸을 돌려 운전석에 착석한 후 곧장 엑셀러레이터를 밟고 주차장을 떠났다. 이 거대한 합동 작전의 청사진을 함께 그린 자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적대적인 태도와 어투임에도, 아카이의 여유로움이 가득한 짙은 녹안은 찬찬히 그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굉음이 멎고 다시 적막이 가득한 주차장에서 아카이는 피고 있던 담배를 마저 피우며 픽 웃었다.

"너야말로."

 


뒤는...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끝까지 다 완성해서 업로드 하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예상보다 스케일이 커져서... 더 세세하게 플롯을 정리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맘에 들지 않을 듯해서 그냥 여기서 멈췄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쓰고 싶었던 대사를 쓸 수 있어서 만족합니다. 나중에는 둘이 사귀고 싸우는 글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고 있어요. 이하 글 쓰면서 들었던 노래 리스트 입니다. 감사합니다.

 

Savior of Song (feat. MY FIRST STORY) - nano

1,000,000 TIMES feat. chelly (EGOIST) - MY FIRST STORY

世界はあなたの色になる 세계는 당신의 색이 된다 - B'z (극장판 명탐정 코난 순흑의 악몽 ED)

Zero - Fukuyama Masaharu (극장판 명탐정 코난 제로의 집행인 ED)

Chronostasis - BUMP OF CHICKEN (극장판 명탐정 코난 할로윈의 신부 ED)

Find the truth - Rainy。 (명탐정 코난 스핀오프 제로의 일상 ED)